한식책 KIMCHI벨기에서 만난

 

외국에서 이렇게 세련된 한식 책을 만난 건 처음이야!

KIMCHI https://www.lannoo.be/nl/kimchi

요리명은 한국어, 레시피는 네덜란드어, 에세이가 짧게 영어로 소개되어 있다.

벨기에에서 한식반과 팝업식당을 운영하는 이 책의 저자는 기생충이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이 시대, 한국어로 노래하는 BTS를 열렬히 따르는 외국인들에게 지금 한국인은 어떤 전통을 지키고, 일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맛을 먹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한옥마을보다는 뒷골목,

궁전 관광보다는 포장마차를 둘러싼 사람들,

책을 펴자마자 반해버린 낯익은 풍경, 참 한국적인 풍경이다!

지나친 전통성에 빠져 외국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재료를 나열한 레시피를 강요하거나 출처 불명의 궁중요리, 우리도 일생에 한두 번 맛보는 한껏 멋쟁이 한정식 요리를 한식이라고 소개한 책을 보고 실망하거나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식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논하는 대신 한국 문화와 재료에 대한 이야기에 책의 절반을 할애해 벨기에 주방에서 즐길 수 있는 한식을 소개하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생소한 손맛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홀딱 반했고, 담백함 등 맛에 대한 한국식 표현을 능숙하게 추가한 대목에서는 박수를 쳤다.

다데기 등 각종 양념의 이름도 칠레 어쩌고,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영어식으로 부르지 않고 고유 명칭 그대로 DADAEKI라고 지은 것도 이 책을 자신 있게 벨기에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말아주작은의문이라면벨기에출판된네덜란드어책인데왜더치알파벳발음식으로바꾸지않았을까?

예쁘게 포장한 사진이 아니라 이 책에 삽입된 한국의 풍경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말 현실적인 모습이다.

음력 3월 장 담그는 날, 난생처음 겪는 경험이라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헛되이 20년 넘게 luvhill.blog.me

아직 한국인이면 "사우스?노스?라는 부자연스러운 질문을 거쳐야 한다거나 거짓말처럼 여전히 가난한 한국을 기억하는 유럽인이 많다.

과연 나는 지금의 벨기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하고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개인의 건강보다는 사회적·환경적 문제에 발맞춰 채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이 시대에 얼마든지 채식주의에서 채식주의 음식으로까지 변신할 수 있는 한국의 다양한 장 문화에 새삼 놀라고, 장만 잘 활용해도 이 지역 채소로 충분히 한국의 맛을 재현하고 새로운 퓨전을 탄생시킬 수 있는 쌈밥이 최고다.
벨기에에서는 보기 힘든 산과 논이 어우러진 풍광 속 모내기 사진은 인상적이었고, 한때 무척 좋아했던 박찬일 셰프의 글과 국밥 이야기도 기뻤고,

이렇게 한 장 한 장 다 마음에 드는 나만의 스토리를 더해 벨기에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재미도 컸다:-)

제목이 김치이기 때문에 '발효'에 대한 자세한 설명,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만한 지식도 없고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부끄러웠지만 더치로 이렇게 잘 되어 있다.


한국의 지역별 김치 소개와 벨기에 로컬 채소를 활용한 다양한 김치 레시피는 감동적이다!


여기서도 배추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 것과 달리 여러모로 맛이 덜하지만 지역에서 나는 제철 채소를 활용한 이런 레시피는 반가웠다.
그래서 나는 몇 주 전 벨기에 아줌마들과 모여 김장을 했다고 했다.
일단 이책으로 정신무장을 시킨후 ㅋㅋㅋ


역시 벨기에에서 활용하기 쉬운 퓨전 레시피.
새벽 2시, 술에 취한 채 감자탕을 처음 맛본 벨기에인의 감상이 웃고, 실제 감자탕은 더치의 전통음식인 Stomppot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나도 다음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사찰 음식에 이르기까지 짤막하게 적혀 있는 이 책은 요리책이기에 앞서 한국 요리 문화의 소개서로서 네덜란드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에게 훌륭한 선물이자 훌륭한 이야기가 된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서대문구에 도시락협동조합 창업 지원 실무과정 진행

[볼까 말까 영화 리뷰] #21 영화 1917 - 포레스트 검프 이래 최고의 달리기

동탄서점 종로서적 오픈한지 얼마 안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