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준삼 드라마 읽기 <미스터 션샤인> 명장면 제외

 

미스터 션샤인 3화 - Eye to Soul

미스터 선샤인의 두 주인공 애신과 유진은 저격 현장에서 복면을 한 채 첫 만남을 갖는데, 이 첫 만남의 의미심장은 두 인물이 먼 거리에서 오로지 서로의 눈만 봄으로써 서로를 꿰뚫어본다는 점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눈을 봄으로써 만남을 이어가는 놀라운 설정을 <미스터 선샤인>은 구현하고 있다.

위 사진에서 두 인물이 손을 들어 얼굴의 나머지 부분을 가리고 서로의 눈을 다시 들여다보는 똑같은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은 물론 겉으로는 서로의 정체를 재확인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이 행동 속에는 더 중요한 극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것은 얼굴의 다른 부분을 가리고 상대방의 눈을 보았을 때 인물이 서로의 눈에서 무엇을 보게 되느냐의 문제다. 첫 만남에서 그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선명한 상대의 눈을 가까이서 다시 바라보면서 두 인물은 서로의 눈에서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인물은 상대방의 눈빛에 사로잡히는 인물이 바라보는 상대방의 눈은, 그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눈빛으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눈빛이다. 유진과 에신이 바라보는 상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눈이었고, 햇빛이나 불꽃 같은 눈이었다. 눈을 보는 행동은 눈을 통해 상대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행동이다("eye to soul"). 그래서 주인공 인물들이 처음 눈을 맞추는 순간은 드라마에서 항상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된다.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면 두 인물은 서로가 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연결고리를 통해 두 인물은 서로를 알아보며 하나로 연결된다. 눈을 통해 자신과 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를 간파한 인물은 그 눈과 눈을 보호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인생의 길을 달리게 된다. 그 길은 상대가 사는 것이 바로 내가 사는 길이다. 그것을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내가 망하는 길"이라고 표현한다.

두 인물의 인연은 이 장면에서 자리 위치에서도 구현된다. 사랑 새로운 여자가 유진의 자리에 앉아 유진의 서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극에서 좌석 교체는 배역의 교체 혹은 전도 등을 의미하기 쉽지만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애신을 유진에게 앉힘으로써 두 인물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고귀하고 위대한 자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유진 자리에 앉은 애신은 계속 그림 같다는 유진의 묘사처럼 진정한 고귀하고 위대한 자가 되는 것이다.

두 인물의 인연은 인물의 이름에도 구현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진(Eugene)은 "고귀하고 위대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그 의미가 작품 속에서 여러 번 강조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왜 두 주인공 중 한 인물의 이름만 거듭 강조되는 것일까. 애신이란 이름은 한 번도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 작가가 설명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혹시 유진이라는 이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면서 고애신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관객 스스로라고 생각해 보라는 게 아닐까? 총, 영광, 새드 엔딩이라는 세 글자로 주인공애의 새 삶을 예고한 작가다. 고애신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

'高'는 유진의 이름과 더불어 '높고 고귀한'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사랑은 작품의 주제어로 등장하는 '러브(Love)'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단순히 유진과 에신 둘만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에신이라는 인물이 조국 조선과 조선 백성들에 대해 갖는 마음을 담은 이름일 것이다. "러브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총을 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며,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한다"고 <미스터 션샤인>이 정의했기 때문이다. 신이 뭘까. 신뢰와 신념(신)을 뜻하는 말이 떠오른다. 주인공 4명 가운데 애신은 처음부터 신념과 이상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다.

신은 또 신을 뜻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미스터 선샤인에는 종교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다. 애신 불교와 유교 기독교가 하나로 결합된다. 두 종교가 다르지 않다고 한다. 애신을 만나기 전 유진과 희선과 동매는 방황하는 양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모두 도망치던 존재였다. 애신은 세 인물 모두를 밝게 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된다. 사랑 신기록을 통해서 3명의 인물은 더 이상 도망 치지 말고 자신의 과거에 마주보고 포용하고 용서하고 짊어져야 할 짐을 기꺼이 지게 되고 사랑 신기록을 살게 하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고 한다. 이를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던 세 인물을 서로를 동료로 보고 받아들이게 된다. 쿠도 히나도 3명의 남자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애신이란 이름은 발음이 조금 달라도 여신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아름다움과 존재감과 고귀한 정신과 생명을 건 행동이 그를 여신에 준하는 존재로 만든다.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잃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신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해석한 선교사의 말씀을 유진을 위한 기도와 위로의 말로 전하고 있다: 고귀하고 위대한 자여. 내 아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너를 위해 기도하자. 기도하지 않는 밤에도 항상 신이 너와 함께 있기를. 이때 항상 신이 너와 함께하기를에서 신은 신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애신 자신을 뜻할 것이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간을 위로하는 모습이 그리스도와 부처를 꼭 닮았다.

몸은 다시 몸을 가리킬지 모른다. 이 작품에서 몸'은 곧 조국조선이다. 조선을 내 몸처럼 여기며 애신은 몸을 지키려 한다. 그리고 극중 많은 사람들이 애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다. 한자어의 의미에 한해서만 의미를 해석하지 않으면 작품 속에서 유진이가 애신이 벗겨진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이 있는데 신은 신발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신(발)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이 그 삶의 여정을 무엇으로 걸어가는지를 상징한다. 그래서 우리는 애신이라는 인물이 자기 인생의 길을 무엇으로 걸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고애신을 합치면 신을 무엇으로 해석하든 그 신에 대한 가장 높은 차원의 사랑 혹은 가장 높은 차원의 사랑을 하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 된다.

미스터 선샤인 3화 - 한 배를 타고 시류를 거스르는 인물의 행보

나룻배

극적 공간의 설정은 극과 장면의 주제를 집약한 것이다. 나룻배라는 공간 설정은 두 인물이 한 배를 탔다는 상징적 의미를 구현하는 설정이다. 첫 만남부터 그쪽으로 갈까?라며 두 인물이 같은 길을 걸을 것임을 예고했지만, 이 장면의 나룻배 설정은 두 인물의 삶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뿐 아니라 같은 배를 탄 운명이 될 것임을 시각화한다. 인생은 흔히 항해에 비유되며, 길을 걷는 행동은 인물인간이 인생에서 어떤 길을 걸어가는지, 걸으려고 하는지를 상징한다.

나룻배는 흐르는 강 위에 떠 있다. 흐르는 강물은 시간과 역사의 흐름을 상징하며 동시에 흙과 같은 견고한 토대가 아니라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인간의 삶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물 위에 떠 있는 인간의 삶은 위태로워진다. 그 물 위에 떠 있는 나룻배의 노 젓기는 인물이 강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음을 뜻한다. 물이 흘러갈 때는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 노를 젓는다는 것은 물살을 거스르는 삶을, 인물이 살 것임을, 살 것임을 말해 예고하는 것이다. 유진과 애신은 다른 사람들처럼 시류에 따라, 혹은 시류에 편승해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이 그렇게 거꾸로 사는 삶을 살려는 것이다. 데클란·도넬란의 표현대로, 드라마는"거꾸로 인물을 취급한다.

낮이라는 시간적 설정은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극의 제목을 구현하는 설정으로 두 인물의 삶이 빛으로의 여정임을 예고한다. '빛'을 향한 여정에 동행하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삶을 밝히는 빛이 될 것임을 동시에 말해주기도 한다. 미스터 션샤인이란 제목은 이 말을 부르는 주체(애신)와 객체(유진: 고귀하고 위대한 자)를 연결하는 말로 두 인물이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는 뜻을 담은 표현이다. 처음 서로의 눈을 보았을 때처럼. 따라서 두 인물은 서로 인생의 빛이 되는 것이다.

미스터 선샤인의 연출에서 뛰어난 점은 인물의 내적 풍경을 외적 풍경을 통해 그려낸다는 점이다. 인물의 내적 동요를 배우에게 감정 표현을 요구함으로써가 아니라 움직이고 흔들리는 외적 풍경을 미동도 없이 정지해 있는 인물+배우의 몸과 대비시킴으로써 구현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애신과 유진의 사랑을 흔한 키스신 하나 없이 진심과 정성을 다한 터치와 콘택트의 신체 언어로 그려낸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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